LG 트윈스의 새 감독으로 팀의 레전드 류지현이 선임됐다. LG 트윈스 출신 중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그가 중책을 맡게 된 모습이다.
류지현 감독은 LG 트윈스는 물론 한국 야구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다. 등장부터 화려했다. 어린 시절부터 뛰어난 재능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한양대를 거쳐 1994년 1차 지명으로 LG 트윈스에 입단한다. 비록 대학 시절 당한 부상의 여파로 어마어마한 계약금을 받진 못했지만,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류지현 감독은 데뷔 시즌인 1994년부터 126경기에 출전해 0.305의 타율과 0.391의 출류율, 147안타, 15홈런, 51타점, 109득점, 51도루, 64볼넷의 화려한 기록을 남겼다. 빈틈없는 수비 역시 감탄을 자아냈다. 무엇보다 류지현은 데뷔 첫해부터 팀을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이때의 우승은 아직까지도 LG 트윈스의 마지막 우승으로 남아있다.
이렇게 데뷔 첫해 맹활약을 펼친 류지현 감독은 그에 못지않은 활약을 펼친 쟁쟁한 팀 동료김재현, 서용빈을 모두 제치고 1994년 신인왕에 등극하기도 했다.
이후 류지현은 LG 트윈스의 ‘신바람 야구’를 주도하며 팀의 전성기를 함께 했다. LG 트윈스는 류지현이 합류한 1994년부터 1998년까지 4년 동안 세 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한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과 한 차례 준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류지현의 뛰어난 야구센스와 역동성은 LG 트윈스의 당시 야구 색깔을 상징했다.
류지현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 미친 활약을 펼친 이종범에 가려진 측면이 없지 않았으나, 리그 최고 유격수 및 리드오프로서의 존재감을 꿋꿋이 유지했다. 이종범이 해외로 진출한 뒤에는 1998년과 1999년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류지현 감독의 프로생활은 그리 길지 못했을 뿐 아니라, 끝이 허무했다. 우선, 류지현 감독은 2000년대 초반 프로야구를 덮친 선수협 논란 속에 구단과의 관계가 틀어졌다. 류지현 감독은 2001년 선수협에 가입했고, 2002년엔 연봉조정을 신청해 승리하기도 했다. 한국 야구사를 통틀어 연봉조정에서 승리한 첫 선수이자 유일한 선수다.
공교롭게도 류지현 감독의 성적은 2003년을 기해 급격히 하락했다. 하필이면 이때 FA권리가 찾아오면서 그는 1년 총액 4억원이라는 너무나도 초라한 계약을 맺고 자존심을 구겨야했다. 뿐만 아니다. 2004년, 그는 부상 여파 속에 고작 16경기에 출전해 타율 0.152를 기록하는데 그쳤고 결국 그해 가을 은퇴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류지현 감독과 LG 트윈스의 인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몇몇 사건으로 구단과 불편한 관계에 놓이기도 했지만, 류지현 감독의 LG 트윈스를 향한 애정과 충성심은 남달랐다. 다소 아쉽게 현역에서 은퇴한 직후 곧장 LG 트윈스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올해까지 단 한 번도 팀을 떠나지 않았다. 이 기간 LG 트윈스가 극심한 암흑기를 겪었고,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진 물갈이도 수차례 이뤄졌지만 류지현 감독만큼은 계속해서 LG 트윈스와 함께 했다.
그렇게 2018년과 2019년 수석코치 자리까지 오른 그는 올 시즌을 마친 뒤 류중일 감독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차기 감독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LG 트윈스 감독 자리에 오르게 됐다.
역대 LG 트윈스 감독 중 LG 트윈스 선수 출신은 10대 이광은 감독과 14대 김재박 감독 등 2명뿐이었다. 다만, 이광은 감독과 김재박 감독은 모두 LG 트윈스의 전신인 MBC 청룡 시절이 선수생활의 더 많은 기간을 차지한다. 류지현 감독은 LG 트윈스 선수 출신으로서 3번째 감독이자 확실한 ‘순혈 감독’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광은 감독과 김재박 감독의 경우 감독으로서 LG 트윈스에 좋은 기억을 남기지 못했다. 이광은 감독의 경우 2000년부터 2001년까지 팀을 이끌었는데, 첫해에는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으나 이듬해에는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무엇보다 선수들과 갈등을 빚는 등 좋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김재박 감독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LG 트윈스를 이끌었는데, 이 기간 LG 트윈스의 성적은 5위-8위(꼴찌)-7위였다.
2000년대를 기나긴 암흑기에서 보낸 LG 트윈스는 2010년대 들어 몇 차례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등의 성과를 남기긴 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정규리그 4위를 기록한데 이어 준플레이오프에서 무릎을 꿇었다.
LG 트윈스와 LG 트윈스 팬, 그리고 류지현 감독이 바라는 바는 명확하다. 류지현 감독이 혜성처럼 등장했던 1994년의 영광을 재현하는 것이다. LG 트윈스의 신인왕으로 출발해 감독 자리까지 오르게 된 진정한 원클럽맨 류지현 감독이 ‘응답하라 1994’ 미션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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