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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썰

2020년 홈런왕은 로하스… 외국인 용병 역대 홈런왕 계보는?

by 나니 하우스 2020. 11. 4.

2020년 47개의 홈런으로 홈런왕을 차지한 KT위즈의 로하스. <출처=KT위즈>


구의 꽃 중 하나는 역시 홈런이다. 파워풀한 스윙과 호쾌한 타격음, 그리고 멋진 포물선은 야구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일시정지 시키고 이내 환호하게 만든다. 때문에 ‘4번 타자’로 상징되는 거포형 타자들에게 홈런왕은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타이틀이다.


올해 홈런왕은? KT위즈의 로하스다. 로하스는 올 시즌 142경기에 출전해 47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2위에 오른 LG트윈스의 라모스가 38개, 3위 NC다이노스의 나성범이 34개의 홈런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보면 여유 있게 홈런왕에 올랐다.


2017년 시즌 중반 대체 용병으로 영입된 로하스는 어느덧 한국에서 네 번째 시즌을 치렀다. 그 사이 진화를 거듭했고, 올 시즌엔 리그 최고의 타자로 우뚝 섰다.


로하스의 홈런왕 등극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우선, 선수 개인적으로는 2018년의 한을 풀었다. 당시 로하스는 올 시즌 못지않은 43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당시 치열했던 홈런왕 경쟁 속에 아쉽게 공동 2위에 머물렀다. 2018년 홈런왕은 44개의 김재환(두산 베어스)이었고, 로하스와 함께 로맥, 박병호 등 3명이 공동 2위에 올랐다.


소속팀 KT위즈 입장에서도 경사다. 창단 후 처음으로 홈런왕을 배출한 것이기 때문. KT위즈는 로하스의 맹활약에 힘입어 올 시즌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도 성공했다.


KT위즈는 로하스의 활약 속에 올 시즌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출처=KT위즈>


로야구 ‘홈런왕의 역사’에도 흥미로운 한 페이지가 남게 됐다. 로하스는 KBO리그 역대 4번째 ‘용병 홈런왕’이다.


프로야구에 외국인 용병 제도가 도입된 것은 1998년이다. 프로야구에서 외국인 용병들이 활약한지도 어느덧 23년째가 된 것이다. 


그 사이 외국인 용병 제도는 확대돼왔다. 제도 도입 초기엔 팀당 2명 씩 외국인 용병 보유가 가능했다. 2001년과 2002년엔 3명 보유 2명 출전으로 잠시 확대됐으나, 다시 2013년까지 다시 2명 보유가 유지됐다. 2014년부터는 3명 보유 2명 출전으로 다시 확대됐고, 특정 포지션으로만 3명을 채울 수 없게 했다. 올 시즌부터는 3명 보유 3명 출전으로 더 확대됐다.


‘야구는 투수놀음’이란 말이 있듯, 전체 전력에서 뛰어난 투수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 그렇다보니 각 구단의 외국인 용병 영입도 투수 쪽에 무게가 실려 왔다. 외국인 용병 2명을 모두 투수로 채우는 경우가 잦았고, 해당 외국인 용병 투수의 활약 여부는 시즌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2014년 외국인 용병 제도를 3명 보유로 확대하면서 특정 포지션으로만 채울 수 없다는 조건을 설정한 것도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한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이때부터 각 구단들은 모두 최소 1명 이상의 외국인 용병 타자를 뒀다.


물론 이전에도 외국인 용병 타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수많은 외국인 용병 타자들이 프로야구를 거쳐 갔고, 그중엔 남다른 족적을 남긴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각 구단의 외국인 용병 타자 선택은 주로 많은 홈런을 기록할 수 있는 ‘거포형’에 초점이 맞춰져왔다. 과거엔 특히 더 그랬다. 최근엔 테이블세터 역할을 맡을 수 있는 선수나 심지어 공격보단 수비가 뛰어난 선수를 데려오는 경우도 있지만, 과거엔 주로 묵직한 거포형 타자들이 외국인 용병 자리를 채웠다.

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용병 타자가 홈런왕을 차지한 것은 손에 꼽힌다. 로하스의 이번 홈런왕 등극이 외국인 용병으로서 4번째에 불과할 정도다. 23년의 외국인 용병 역사에 비춰보면 무척 의외다.


첫 번째 주인공은 프로야구 외국인 용병 역사를 논하는데 있어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타이론 우즈다.


타이론 우즈는 외국인 용병 제도가 처음 시행된 1998년 두산 베어스에 합류해 깊은 임팩트를 남겼다. 뛰어난 실력은 물론 강인한 외모와 다혈질의 성격으로 많은 주목을 받은 선수다. 때로는 폭력사태 등 사고를 치기도 했지만 말이다.


우즈는 한국에서의 첫 시즌부터 42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단숨에 홈런왕을 차지했다. 이는 당시 역대 한 시즌 최다홈런으로 남아있던 1992년 장종훈의 41개를 넘는 ‘신기록’이기도 했다. 특히 직전 시즌 32개의 홈런으로 처음 홈런왕을 차지했던 이승엽은 1998년 38개의 홈런을 기록하고도 우즈에게 밀려 2위에 그쳤다. 


우즈의 뒤를 이은 외국인 용병 홈런왕은 7년 뒤인 2005년에 나왔다. 2005년 현대 유니콘스에 입단해 한국 무대를 밟은 서튼은 그해 35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2위 심정수(28개)를 여유 있게 제쳤다. 


이후 외국인 용병 영입이 투수에 더욱 집중되면서, 세 번째 외국인 용병 홈런왕이 나오기까지는 적잖은 공백기가 있었다. 


그 공백을 깬 것은 역대 최고 외국인 용병 타자로 남아있는 NC다이노스의 에릭 테임즈다.


테임즈는 2014년 NC다이노스 소속으로 KBO리그에 데뷔했다. 테임즈는 첫해부터 엄청난 활약을 펼쳤으며, 유쾌한 성격으로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다만, 박병호에 가려 홈런왕 타이틀은 좀처럼 거머쥐지 못했다. 첫해엔 박병호와 강정호에 밀렸고, 이듬해에도 박병호와 나바로를 넘지 못한 채 2년 연속 3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테임즈는 한국에서의 세 번째 해이자 마지막 해였던 2016년 마침내 홈런왕 고지까지 정복했다. 당시 테임즈는 40개의 홈런으로 SK와이번스의 최정과 공동홈런왕을 차지했다.



록 홈런왕에 오르진 못했지만, 팬들에게 짜릿한 홈런을 많이 선물해준 외국인 용병 타자는 더 많다.


1999년은 외국인 용병 거포 타자들의 ‘춘추전국시대’였다. 한화이글스의 로마이어가 45개, 삼성라이온즈의 스미스와 해태타이거즈의 샌더스가 나란히 40개, 롯데자이언츠의 호세가 36개, 우즈가 34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경쟁했다. 다만, 그해 홈런왕은 프로야구 역대 최초 50홈런 고지를 넘은 이승엽(54개)가 차지했다. 


2000년엔 우즈가 또 한 번 치열한 홈런왕 경쟁을 펼쳤지만, 현대유니콘스 소속의 박경완에게 단 1개 차이로 밀려 2위에 그쳤다. 박경완은 40개, 우즈는 39개였다. 37개의 홈런을 기록한 현대유니콘스의 퀸란 역시 준수한 활약에도 3위에 그쳤다.


2001년 역시 한국인과 외국인의 경쟁이 치열했다. 이승엽이 39개로 홈런왕에 올랐고, 호세와 우즈는 36개, 34개로 고배를 마셨다. 2002년엔 SK와이번스의 페르난데스가 45개의 홈런을 기록했지만, 역시 이승엽(47개)과 심정수(46개)의 벽을 넘지 못했다. 2004년에도 34개의 홈런을 기록한 박경완이 단 1개 차이로 현대유니콘스의 브룸바를 제쳤다.


2005년엔 서튼이 두 번째 외국인 용병 홈런왕을 차지했지만, 이후에도 ‘토종 홈런왕’들의 자존심 지키기가 계속됐다. 


2006년엔 롯데자이언츠의 이대호가 같은 팀 동료였던 호세와 한화 이글스의 데이비스를 따돌리고 자신의 첫 홈런왕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당시 이대호는 26개, 호세는 22개, 데이비스는 21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2007년엔 다시 브룸바 29개의 홈런을 기록하고도 31개의 심정수에 2개 모자라 홈런왕을 놓쳤다. 2008년엔 롯데자이언츠의 가르시아가 한화이글스의 김태균에 1개 차이로 밀렸다. 김태균은 31개, 가르시아는 30개였다. 가르시아는 2009년에도 기아타이거즈의 김상현(36개), 최희섭(33개)에 못미친 29개로 3위에 머물렀다.


이후 2014년 테임즈가 등장할 때까지 홈런왕 레이스에서 외국인 용병 타자는 실종됐다. 테임즈가 2016년 세 번째 외국인 용병 홈런왕에 등극한 이후엔 2017년 한화이글스 로사리오가 37개의 홈런으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1위 최정(46개)과의 차이는 꽤 컸다. 2018년엔 SK와이번스의 로맥과 로하스가 43개의 홈런을 기록했으나 박병호와 함께 공동 2위에 그쳤다. 44개의 홈런을 기록한 두산베어스 김재환이 홈런왕 타이틀을 가져갔다. 2019년 역시 33개의 홈런을 기록한 박병호가 홈런왕을 재탈환했고, 29개의 로맥은 공동 2위에 그쳤다.


올 시즌엔 토종 거포들이 다소 주춤한 가운데 로하스가 마침내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했고, 2위 역시 LG트윈스의 라모스가 이름을 올렸다. 라모스는 38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토종 거포 중에는 NC다이노스의 나성범이 34개로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했으나 외국인 용병들에게 밀려 3위에 그치고 말았다. 외국인 용병 타자가 홈런 1·2위를 나란히 차지한 것은 23년 만에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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