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는 올해도 가을야구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그보단 또 다시 ‘악역’으로 전락했다. 정규리그 막판 발생한 손혁 전 감독의 사퇴 때문이다. 발표는 자진사퇴였지만 야구계에선 사실상의 경질로 받아들여지며 상당한 파문을 낳았다.
특히 허민 키움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의 과도한 개입에 대한 뒷말이 이어졌고, 갑질이란 지적까지 제기됐다. 무엇보다 야구인들은 현장이 무시당한 것에 대해 크게 분노했다.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 키움 히어로즈는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투타 양면에서 전력이 탄탄했고, 우승을 위한 경험도 충분히 쌓였기 때문이다. 실제 리그 성적도 좋은 편이었다. 시즌 중반에 접어들면서 2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다소 흔들리더라도 3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았다.
키움 히어로즈가 시즌 초반 이후 처음으로 3위 밖으로 밀려난 것은 공교롭게도 손혁 전 감독이 물러난 직후다. 손혁 전 감독의 사퇴는 10월 8일에 발표됐는데, 바로 다음날인 10월 9일 꼴찌 한화 이글스에게 패하면서 4위로 내려앉았다. 심지어 10월 13일엔 치열한 막판 순위경쟁 속에 5위까지 추락했다. 이후 잠시 3위를 탈환하기도 했지만 최종전에서 두산 베어스에게 패하며 5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포스트시즌도 일찌감치 끝났다.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끝내 LG 트윈스에게 승리를 내줬다. 그야말로 용두사미의 허무한 시즌이다.
<출처=키움 히어로즈>
2020년 야구를 끝낸 키움 히어로즈는 이제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새로운 감독 선임이 가장 큰 숙제다.
우선, 김창현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선임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다. 다만 가능성은 높지 않다.
키움 히어로즈는 손혁 전 감독이 물러난 직후 김창현 퀄리티컨트롤코치를 감독대행에 앉혔다. 1986년생의 프로선수 경력이 없는 프런트 출신을 감독대행에 선임한 것은 무척 파격적이었다. 손혁 전 감독 사태와 맞물려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할 수 없는 행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김창현 감독대행은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 어수선한 상황 속에 적은 경기 수를 맡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식 감독으로 선임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 나이와 경력도 부담이 따른다.
<출처=키움 히어로즈>
그 다음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내부승진과 외부영입이다. 그런데 이 또한 큰 장애물이 있다. 키움 히어로즈를 바라보는 현장 야구인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다.
키움 히어로즈는 감독으로 선임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았던 손혁 전 감독을 사실상 경질했다. 정규리그 12경기를 남겨두고 3위를 달리며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던 감독이었다.
뿐만 아니다. 키움 히어로즈는 손혁 전 감독을 선임하기 전, 장적석 전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은 바 있다.
2017년부터 팀을 맡은 장정석 감독은 첫해 부진을 면치 못했으나 2018년과 2019년은 모두 포스트시즌 진출을 성공시켰다. 2018년엔 4위로 정규리그를 마친 뒤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해 SK 와이번스와 명승부를 펼쳤다. 2019년엔 3위로 정규리그를 마쳤고,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 비록 한국시리즈는 4연패로 마감했으나, 3년 동안 남긴 성과는 준수한 편이었다.
키움 히어로즈는 장정석 전 감독과 재계약하려 했으나 이른바 ‘옥중경영’ 논란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결과적으로 장정석 전 감독도, 손혁 전 감독도 키움 히어로즈 감독으로서 자리를 보전하지 못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성공시킨 준우승 감독과 내내 2위를 달리다 잠시 3위로 떨어진 감독이다. 더욱이 키움 히어로즈는 야구인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내고, 그들을 분노하게 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이런 자리에 선뜻 앉을 인물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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